중년기
중년기는 '더 이상 젊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년기라는 명칭 자체가 이를 잘 말해줍니다. '중'은 가운데를 뜻하므로, 중년기는 가운데 시기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어린이로 사는 시기이고, 두 번째는 어른으로 사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사이에 소위 '청소년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으로 사는 시기는 또 두 시기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젊은이'로 사는 시기이고, 두 번째는 '늙은이'로 살아가는 시기입니다. 중년기는 '젊은이'와 '늙은이'의 가운데 있는 시기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더 이상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시기' 말입니다.
중년의 변화
중년기는 지나가는 '젊음'과 다가오는 '늙음'이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하루하루 늙어간다는 것을 느끼지만, 이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은 시기입니다. 우리는 청춘이야말로 삶의 절정이고, '젊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편견에 너무 길들여져 있습니다. 이 편견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면 늙어가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일이 됩니다. '젊은 것은 좋은 것이고, 늙는 것은 나쁜 것이다'라는 미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덕분에 자신이 중년이라는 사실을 가능하면 감추고, 계속 청춘의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 것입니다. 계속 젊은 '척'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이래저래 중년은 그래서 고달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늙어가는 것을 몸을 통해 느낍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입니다. 젊었을 때는 며칠 밤을 새우며 일해도 하룻밤 푹 자면 피곤이 다 풀렸지만 40대 후반이 되면 밤을 새우기는커녕 그저 며칠간 무리해서 일하기만 해도 피곤이 풀리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젊었을 때는 도시 근교의 산을 단숨에 올랐지만, 이제는 조금만 올라도 땀이 나고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운동할 때 힘에 부치거나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합니다. 외모 또한 눈에 띄게 달라져 갑니다. 날씬하던 몸매도 어느덧 배가 나온 영락없는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이때 사람들은 '나도 이제 한물갔구나'하는 서글픈 마음이 들게 됩니다. 중년이 되어간다는 것은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던 20대에는 비록 경험은 없어도 푸릇푸릇한 젊음과 패기가 넘쳤습니다. '세상이 모두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노력하며 오르지 못할 산이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40대 후반이 되자 20대의 패기와 꿈은 점점 사라리고 젊음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중년에는 가족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이제 자녀들이 모두 성장하여 부모의 곁을 떠나는 소위 '자녀의 진수기'이므로 대부분의 부모는 '빈둥지증후군'을 경험합니다. 자녀들을 위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곁에서 떠나간다는 것은 살아가는 목적과 의미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년기는 과연 어떤 시기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중년기는 자기 삶을 평가하는 시기입니다. "지금 나는 젊었을 때 꿈꿨던 대로 살고 있는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계속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인가?" 등의 중요한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중년기에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가가 효과적이라면 아직 변화할 기회와 여력이 있을 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화할 가능성이 없을 때 평가가 이루어지면 십중팔구 비난이나 비관의 형태가 되기에 십상입니다. 중년은 밝은 쪽에서 보면 삶의 절정에 있는 시기입니다. 저돌적으로 앞만 바라보는 청년과 회고적으로 과거를 반추 하는 노년의 모습을 동시에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조망할 기회와 자원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시기가 바로 중년기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평가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중년기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귀중한 시기입니다. 중년기가 육체적으로 노쇠해지고 쇠퇴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나이에 대한 시간 전망을 바꾸어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재평가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의 삶에 대해 준비하게 하는 귀중한 발달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중년은 위기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설계하고 보람 있는 노후를 준비하게 해주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변화의 과정에서 가치관이나 행동의 변화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심리적 혼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년을 맞은 이들이라면 더 이상 '소리 없이' 울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중년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의 아름다움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필요도 없는 20대에 대한 미련을 당당히 버리고 "그래, 나 60대야"하고 당당히 밝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60대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100세의 노철학자 김형석은 60세부터 7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렇게 당당한 노철학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도 앞으로 나이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회, 아니 오히려 당당한 사회가 되어갈 것입니다. 이제야 우리 사회도 인생에서 절정기는 따로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의 각 시기는 나름대로 다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다울 때, 청년은 청년다울 때, 중년은 중년다울 때, 그리고 노년은 노년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노년이 아름답고 행복할 때 중년을 비롯한 모든 세대가 마음 놓고 나이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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