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것은 혼란과 어수선함을 인정하는 것
스티븐 손드하임은 뮤지컬 <컴퍼니>에서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혼란함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극에 등장하는 여러 쌍의 부부는 제각기 따뜻함과 친밀함과 더불어 깊은 불화도 표현하지만, 주인공 보비는 그러한 충돌에서 줄곧 한발 물러나 안전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극이 끝나갈 무렵에야 그는 마침내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이해하고, <살아 있다는 것>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혼란으로 기꺼이 들어가는 것이 온전히 살아 있는 것임을 받아들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완전한 일치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야 친밀한 관계를 향해 자신을 온전히 열게 됩니다. 순간순간의 상호작용에 따라붙기 마련인 혼란과 어수선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오롯이 함께하면서도 서로 침해하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길을 닦아줍니다.
자기 조절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에 자신을 열어두려면 자기 조절을 위한 견고한 자기 감각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기 조절은 강렬한 감정의 억제를 암시하는 비교적 차가운 자기통제 개념과는 다릅니다. 자기 조절이란 세계에 참여해 모든 범위의 감정을 경험하고 감당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우리는 애도와 깊은 슬픔의 감정을 느껴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사람으로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이와 유사하게 분노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건강한 감정이지만, 격분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놓쳐버리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또한 우리는 강렬한 쾌락을 느끼면서도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상상의 놀이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아이도, 어두운 극장에 혼자 앉아 심오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연기를 감상하는 어른도, 온전히 홀로 있는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기쁨의 감각을 경험합니다.
자기 감각과 상호작용
자기 감각은 생애 최초의 애착 관계인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라납니다. 그러나 최초의 관계에서 친밀함과 자기 신뢰의 역량을 키워주는 불일치 및 복구를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은 언제든 배울 수 있습니다. 순간순간의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들이 세상 속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을 변화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영화 <얼라이브 앤드 키킹>에서 우리는 상실감과 외로움에 빠진 인물들이 스윙을 추며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서로의 발을 밟고, 스텝을 두고 언쟁을 벌이는가 하면, 경연 탈락의 실망감을 함께 헤쳐 나갑니다. 혼란한 상황을 함께 겪으면서, 상호 조절과 자기 조절이 아름답게 결합된 새로운 공동체의 일원이 된 기쁨에 젖어 듭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행위는 우리가 신체의 안정을 찾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할 때 경험하는 조절은 자신의 움직임뿐 아니라 파트너와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는 능력과 친밀함에 대한 개방성, 이 두 역량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라나며, 타인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능력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관계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할 뿐 아니라 상대와 매 순간 상호작용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항상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한다고, 혹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친구나 파트너에게 조언해줄 준비가 늘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동 발달 분야에서 쓰는 '서브 앤드 리턴' 이라는 용어는 정서적 성장이 상호작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테니스 게임에서는 모든 서브를 리턴 해줄 수 없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편안히 느끼기 위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D. W. 위니콧은 내담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편안히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초기의 부모-아이 관계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누군가와 함께하면서도 각자 온전히 혼자였던 경험에 근거하며, 이런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발달할 수 없다." 그는 이러한 역설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성숙함, 그리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그 사람이 긍정적 환경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을 만큼 그만하면 괜찮은 양육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여기서 '긍정적 환경'에는 부모가 자신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는 상황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반복적인 경험도 포함되며, 이로써 아이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키워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호작용은 아이의 성격과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홀로 바깥세상으로 나간 뒤에도 그들을 온전하게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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