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입니다

삶은 본질적으로 성장의 과정이며 온전해지는 과정이므로 통제와 폭력의 수단으로는 사랑할 수 없으며, 삶에 대한 사랑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의 핵심입니다. 사랑은 한 명의 사람, 한 마리의 동물, 한 포기의 식물에 담긴 생명을 향합니다. 삶에 대한 사랑은 추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며,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의 지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핵심입니다. 

 

삶에 대한 사랑

누군가 다른 사람에 대해 "진정으로 삶을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대부분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압니다. 그 말을 들으면 우리는 성장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입니다.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는 아이, 형태를 갖추어가는 아이디어, 한창 성장 중인 조직에 매력을 느끼는 누군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돌이나 물처럼 생명이 없는 것조차 살아 있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것이 그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그것이 크고 힘이 세서가 아니라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눈과 피부에서는 무언가 뿜어져 나옵니다. 그의 내면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환하게 빛이 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삶을 사랑합니다. 이런 삶에 대한 사랑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삶에 대한 사랑이 약해지면 사랑은 다시 사라지고, 두 사람은 왜 서로의 얼굴이 여전히 같으면서도 더 이상 같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인간에게 삶에 대한 사랑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매우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삶을 사랑하지 않고 죽은 것, 파괴, 질병, 타락, 해체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거부감 때문이건 질식시키고 싶은 욕망 때문이건 성장과 생명력에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들은 삶을 즐길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기에 삶을 미워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짜 도착증에 시달립니다. 바로 죽은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 문화에는 우리도 이미 전염되어 생명 없는 모든 것에 은근히 끌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증상의 발현은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국제적 차원의 파괴적 폭력과 패권 추구, 국가적 차원의 범죄와 잔혹함, 우리 사회에서 판매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양으로 알 수 있는 압박감과 불안의 크기, 삶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스릴과 흥분 상태로 대체하려는 약물남용이 그것입니다. 

 

인생의 기쁨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삶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우리가 삶을 사랑한다면 삶의 과정이, 다시 말해 변하고 성장하며 발전하고, 더 자각하며 깨어나는 과정이 그 어떤 기계적 실행이나 성과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성공했고 유명하며 돈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면 그 말을 들은 상대는 아마도 살짝 불쾌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이 실제로는 사랑과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에 상대를 사랑한다고, 엄청난 생명력을 뿜어내기에 그의 미소, 목소리, 손과 눈을 사랑한다고 대답한다면 그건 진짜 이유를 대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가 관심을 품기 때문이며, 누군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사랑할 수 있고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깃든 생명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삶을 사랑하는 자세를 경험하기 힘듭니다. 삶을 사랑하기가 그토록 힘든 이유 중 또 하나는 날로 커지며 절대 채워지지 않을 사물에 대한 우리의 욕심 때문입니다. 물론 분명 사물은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사물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 자체를 추구할 경우 사물은 삶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사랑을 부수고 인간을 기계의 부속품, 즉 사물로 만들려는 성향을 띱니다. 사물은 온갖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사랑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구매해야만 기쁨이 완전해진다는 속삭임이 쉬지 않고 소비자의 귀를 파고듭니다.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장치가 없어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고요할 수 있는 능력, '무언가에 뛰어들'능력, 집중하는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비법은 없지만 많이 배울 수는 있습니다. 망상을 버리고 타인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 계속 밖으로만 나다니지 말고 자신에게 가는 길을 배울 수 있는 사람, 생명과 사물의 차이를, 행복과 흥분의 차이를, 수단과 목적의 차이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과 폭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삶에 대한 사랑을 향해 이미 첫걸음을 뗀 셈입니다. 첫걸음을 뗀 후엔 다시금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 질문에 맞는 의미 있는 해답을 이런저런 책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답은 자기 안에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삶을 사랑할수록 진리와 미와 삶의 온전함이 위태로워질까 봐 더 겁이 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피하려고 삶에 무관심해봤자 고통은 더 커질 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입니다. 고통은 인생의 최악이 아닙니다. 최악은 무관심입니다. 고통스러울 때는 그 원인을 없애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감정도 없을 때는 마비됩니다. 지금껏 인류 역사에서 고통은 변화의 산파였습니다. 삶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그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