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
우리가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보다 깊은 차원에서 문제가 '원래' 어디에 존재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내면에 있는 그림자 아이에게 말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약점, 이른바 '방아쇠'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성격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부분과 접촉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면의 상처와 불안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이며, 이해하기도 아주 쉬운 소망입니다. 누가 슬픔, 불안, 열등감, 심지어 절망을 느끼고 싶어 하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되도록 이런 감정을 피하고 행복, 기쁨, 사랑 같은 좋은 감정만 느낄 수 있는 방법에 굉장한 관심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상처를 배제하고 억누릅니다. 이는 다른 말로 다음 같이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즉 많은 사람이 그림자 아이가 자기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해도, 한쪽에 치워두고 외면하는 것이라고요. 이때 그림자 아이의 태도는 현실 속 어린아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기에게 주목해 달라고 떼를 쓸수록, 사람들은 그만큼 비난하거나 주의를 덜 기울입니다. 이와 반대로 아이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달라고 부탁해 결국 주목받으면, 아이는 만족한 상태로 돌아가 1시간 동안 혼자서 놉니다. 우리 내면의 그림자 아이도 이와 아주 비슷하게 행동합니다. 즉 자신이 품은 불안, 수치심, 분노를 말로 꺼내지 못하도록 외면과 제약을 받으면, 그림자 아이는 우리 의식의 밑바탕에서 계속 활동하고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림자 아이는 재앙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른인 나'는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괴로움과 억압에 몸부림치던 그림자 아이는 때때로 온 힘을 다해 새로운 길을 개척한 다음, 근처에 있는 무대에서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입니다.
그림자 아이의 상태로 변화가 빈번한 이유
부정적인 사건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커서 우리 기억 속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인 체험은 기억 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유전적으로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훨씬 많이 주의를 기울이며, 이러한 나쁜 소식은 인간의 인식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이런 성향을 지니게 된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게 지나가는 것보다 위험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석기 시대 가족이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도 즐거운 놀이에 정신이 팔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뇌의 기술 측면에서 보면, 놀이와 연결됐던 즐거운 감정이 즉시 불안감으로 바뀌는 것이 생존을 위해 중요합니다. 그래서 뇌는 행복 회로를 즉시 불안 회로로 바꿔야 하고, 이를 통해 가족은 호랑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음박질치는 행동을 감행해, 결국 살아남을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초의 인류 중 살아남는 데 성공한 이에게는, 비독성 식물보다는 독성 식물을 알아차리는 것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실수는 곧장 죽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오류와 결핍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발달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너무나 자주 실수와 오류를 감지하는 데 본격적으로 몰두하곤 합니다. 특히 그림자 아이의 상태로 변환되는 경우가 너무나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기쁘고 즐거운 사건보다는 아주 고통스러운 사건을 훨씬 쉽게 기억해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고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때 기억에 몸서리치는 것입니다. 반면 어제 일어난 멋진 사건으로 느낀 기쁨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희미해지는 것이고요. 이는 유전자의 대단히 좋은 않은 부작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겪은 '단 하나의' 부정적인 체험이, 그 사람과의 백 가지 긍정적인 체험을 전부 상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다음번에 친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면, 불쾌한 기분에 계속 빠져들기 전에 일단 그 사람과 있었던 멋진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의식적으로 잘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그림자 아이에서 햇빛 아이로
누구나 생각과 느낌이 서로 모순되는 체험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체험을 끊임없이 겪습니다. 그 예로 우리는 다음 같이 말하는 경우가 무척 빈번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분명히 알아. 그런데 바꾸기가 어렵다고." 예를 들어 내면에 있는 현명한 어른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더 많이 먹으면 몸 상태가 훨씬 나아질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아이가 단것이 엄청나게 먹고 싶은 탐욕에 사로잡혀 난리를 치면, 결국 내면의 어른이 굴복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식품과 관련된 상황 또는 어떤 물질에 중독된 상황에서, 탐욕의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과 의지력, 즉 '어른인 나'에게 우선권을 내어주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림자 아이와 내면의 어른은 반드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가치 문제도 그렇고,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서로 어긋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 상당수는 강력한 감정을 지닌 그림자 아이가 자기 뜻을 관철해 생각, 느낌, 행동의 주도권을 차지하는 경우를 자주 겪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림자 아이와 이 아이의 영향력을 의식하면 할수록, 내면의 어른이 그림자 아이를 통제하고 주도권을 잡거나 의식적으로 햇빛 아이의 행동 방식으로 변환시킬 가능성은 그만큼 커집니다. 우리는 그림자 아이의 정체를 파악하는 작업과 문제를 계속 일으키는 행동 방식, 견해를 바꾸는 것에 애를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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