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알고 싶어 할까요? 지적으로는 가장 강하지만 육체적으로 그리 강한 종족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는 약육강식의 지구에서 머리 하나 믿고 문명을 일구어 왔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물리적 위험에 불안하고, 정착 생활 이후에는 소유물을 잃을까 또한 걱정합니다. 인간의 DNA 안에 불안이 각인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간과 달리 동물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에 위험이 감지되면 반응하고 대처할 뿐입니다.
프로이트와 융,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두 가지 시선
고대에도 종교나 철학, 동양의학 등 인간의 마음에 귀를 기울인 학문이 있었지만, 앞서 설명했듯 심리학이라는 전문 분야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20세기의 일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던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론을 내놓으면서부터입니다. 그전까지의 인간은 시대를 불문하고, 정신을 육체와 분리해 우주와 연결된 영적인 부분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대뜸 인간의 본성은 육체에 매여있고, 동물적인 성욕이 사회적인 제재로 간신히 눌려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판도라의 상자를 던진 것입니다. 이는 마치 물리학에서 불변의 법칙으로 받아들이던 뉴턴의 고전역학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들이민 것에 버금가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프로이트의 이론은 한계점이 너무도 선명해서 오히려 수긍이 간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그동안 신의 그늘에 숨어 고상한 척하던 인간을 발가벗겨 거울 앞에 서게 했습니다. 마구 내달리며 살고 싶은 '나'와 이를 바라보며 엄하게 꾸짖는 '도덕적인 나', 이후 서양의 심리학은 내달리고 싶은 억압된 '나'를 분석하는 데에 열광했습니다.
이에 반해 스위스의 분석 심리학자이던 칼 융은, 과학자이지만 20세기 초 많은 심리학자처럼 인간성을 조각내 버리는 서양 특유의 자세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양적 감성으로 인간성과 우주 전체를 감싸 안으며 인간의 내면에 다가갔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가까이할 엄두도 내지 못한 신화나 점성술, 연금술, 그리고 이방의 종교 영역까지 모든 신비주의적인 대상을 인간의 연구에 포함했습니다. 인류가 그토록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에는 나름의 진리가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을까요. 실제로 현재도 점집이나 역술인을 찾는 심리는 불안한 미래를 엿보고자 하는 바람이지만, 많은 부분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현재의 심리상태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해소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심리치료나 정신과 상담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프로이트가 '나는 나를 보고 있다'라면, 칼 융은 '나는 나를 보는 나를 보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신비로운 또 하나의 자아가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융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오래도록 생각해온 선과 악, 음과 양, 어두움과 밝음처럼 인격에서도 두 개의 요소가 대립합니다. 의식 위의 자아와 연극적인 자아인 페르소나, 드러난 자아와 어둠에 숨겨진 자아인 그림자, 그리고 여성성과 남성성 등 이원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 것입니다.
타로의 해석
타로는 깊은 심층의 무의식으로부터 오는 희미한 빛을 거울처럼 반사해 또 하나의 나를 세상에 드러냅니다. 무의식 속에 숨겨진 그림자의 상징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타로는 카드를 선택하는 사람뿐 아니라 읽어주는 사람 역시 자신의 무의식과 만나는 일입니다. 진정 에너지가 통한다면, 인쇄된 종인 한 장의 그림을 가운데 두고 이 세상의 겉모습 이면의 진리와 만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타로의 해석이란 인간의 아프고 상처받은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나침반의 역할입니다. 그 누구도 한 개인의 미래를 설계하거나 책임지지는 못합니다. 들어주고, 그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려주려 노력할 뿐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한 마디가 엄중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예언을 들먹이기보다는 운명의 실타래가 엉켜있는 현재 상황을 알려주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일종의 심리치료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들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뜯어고치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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