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어떤 교육을 하고 어떤 능력으로 시험을 평가할까요? 각 나라의 교육 패러다임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각국의 대입 시험 문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타당성과 공정성이 수십 년간 검증된 영국의 에이레벨,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독일의 아비투어, 미국의 AP.SAT.ACT, 국적이 없는 IB를 <IB를 말한다>를 참고하여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세계 교육 속에서 바라본 IB 국제 바칼로레아
OECD나 세계의 미래학자들도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4C 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mmunication, Collaboration 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수능과 내신 시험으로는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보기가 어렵죠. 세계 각국은 어떤 교육을 하고 어떤 능력으로 시험을 평가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영국의 에이레벨
에이레벨은 Advanced Level의 줄임말로, 영국의 국가 교육 과정 및 대입 시험입니다. 이 시험은 고2 말에 치르는 AS 시험과 고3 말에 치르는 A2 시험으로 구성이 됩니다. 최근에는 에이레벨 총점에서 AS의 비중을 줄이고 A2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에이레벨의 역사 시험 문제입니다.
- 산업화는 중산층에 왜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는가?(10점)
- 1912년 대선에서 루스벨트는 왜 패했는가?(10점)
- 19세기말까지 정치 구조에 산업화가 왜 그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2개 국가의 사례를 들어 그 이유를 평가하시오.(20점)
- "히틀러의 대외 정책은 독일의 1차 대전 패배를 복수하고 싶은 원한에 기반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동의하는가?(20점)
에이레벨은 전 과목이 논. 서술형 절대 평가로 선다형 객관식 시험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입 시험에서 모두 이런 방식의 시험을 보기 때문에 고교 교실에서는 당연히 이런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도록 수업을 하고요. 문제 출제는 케임브리지대학 등 공인된 기관에서 주관하고 채점은 교사 중에서 차출해서 진행합니다.
입시 문제 자체가 전 과목 논. 서술형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고2와 고3 내내 입시 대비만 하는데도 토론, 논술, 프로젝트 중심의 '꺼내는' 수업을 합니다. 대학 입학시험에서 이를 궁극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다른 서구 선진국들과 달리 다방면을 많이 아는 제너럴리스트보다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를 기르고자 하는 교육 철학이 강합니다. 그래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를 비롯한 영국 대학들은 교양 과정 없이 전공 과정으로만 3년 동안 공부하게 되어 있고요.
영국 대학들은 부전공이나 복수 전공 혹은 전과를 거의 허용하지 않습니다. 처음 입학할 때 지원한 학과의 전공과목만을 심층 공부하는 형식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철학이 대입 준비 과정인 에이레벨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에이레벨에는 내신이 포함되지 않으며 영역과 무관하게 3과목만 선택해도 명문대 진학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공대를 지원하는 학생은 수학, 물리, 화학만 선택하고 언어나 사회 과목을 전혀 선택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택 과목이 적은 대신 그만큼 그 과목에서는 매우 심도 깊은 수준을 요구하고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대입 시험이기 이전에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입니다.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데에만 1년 이상이 걸리고요. 바칼로레아 시험의 예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인문학
-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 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인가?
2) 자연 과학
- 현실이 수학적 법칙에 따른다고 할 수 있는가?
- 생물학적 지식은 일체의 유기체를 기계로만 여기기를 요구하는가?
3) 사회 과학
- 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한다는 것과 같은 뜻인가?
- 권력 남용은 불가피한가?
시험 시간은 대부분 3~5시간이며 바칼로레아 역시 전 과목 논. 서술형 절대 평가로 객관식은 없습니다. 대입 시험뿐 아니라 평소 내신에서도 이러한 시험 문제를 풀고 이에 대한 수업을 하고요. 프랑스 역시 '꺼내는' 교육의 패러다임인 것입니다.
독일의 아비투어
독일의 대입 시험인 아비투어는 영국의 에이레벨이나 프랑스 바칼로레아와 달리 내신이 중요한 비중으로 아비투어 총점에 포함됩니다. 내신의 3분의 2, 수능 같은 외부 시험이 3분의 1 반영되는 것입니다.
독일은 일찌감치 고교 학점제와 문. 이과 통합을 실현해 왔습니다. 아비투어 시험에서는 총 4~5과목을 선택하며, 한 주에 한 과목만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시험 기간이 한 달가량 됩니다.
아비투어 역시 전 과목 논술형 절대 평가로 객관식 선다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부 시험은 전 과목 논술 시험이고 내신은 논술형 및 수행 평가로 이워지는데 둘 다 절대 평가라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아비투어는 문제의 난도가 우리나라 수능보다 훨씬 높고 특히 수학과 과학은 매우 깊게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비투어 외부 시험의 외국어(영어) 과목은 270분 동안 여러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택일하여 쓰는 작문 문제 일부는 아래와 같습니다.
- 교육부 장관을 인터뷰하려고 한다. '학교는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인생을 준비해 주고 있나?'라는 주제에 대해 인터뷰 문안을 작성해 보시오. 인터뷰 문안은 직접 묻는 질문이나 제안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 유럽 의회 대표에게 당신과 당신 세대가 걱정하는 이슈들에 대해 편지를 써 보시오. 가능한 해결책도 제안해 보시오.
- 학교 폭력은 지난 몇 년 동안 증가해 왔다. 유력 일간지에 그 원인과 효과를 분석하는 신문 기사를 써 보시오.
- '부모는 성인의 나이에 이른 자녀의 의사 결정에 어느 정도로 관여할 권리 혹은 의무가 있는가?'에 대하여 쓰시오.
위의 질문에 대해 모두 '영작'하는 것이 외국어로서 영어의 외부 시험입니다. 독일에서도 내신이든 외부 시험이든 어떠한 평가에도 객관식 정답 찾기는 상대 평가는 없고, 전 과목을 절대 평가 논술형 시험과 수행 평가로만 평가합니다.
미국의 AP. SAT. ACT
SAT, ACT 모두 몇 번을 봐서 잘 나온 점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둘 중 하나의 점수만 있으면 됩니다. 시험 문제는 주로 선다형 객관식이지만 에세이 시험이 별도로 있고요. 주요 대학들은 에세이 시험이 포함된 점수를 선호합니다. SAT, ACT, AP 모두 절대평가이고요.
AP는 대학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대학 과정의 선이수 인증 시험입니다. AP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 주고요.
SAT, ACT, AP는 유럽 국가들의 시험과 달리 긴 논술형 시험이 아니라 객관식과 단답형 및 짧은 에세이로 이루어지는데, 방대한 문제 은행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어 보면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그 때문에 사교육 훈련을 받으면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또한 모두 교육 과정 이수에 대한 의무 없이 볼 수 있는 '시험'입니다.
미국 대학 입시에서는 SAT, ACT, AP 점수 외에 내신점수와 각종 비교과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신 평가는 유럽 국가들과 같이 대부분 논술 및 수행의 절대 평가로 이루어지고요. 특히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내신과 비교과 활동이 SAT, ACT 점수보다 훨씬 결정적입니다.
따라서 미국 대입 시험들이 선다형 위주라고 해서 미국의 학교 수업도 우리나라같이 객관식 정답 찾기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오해한 것입니다. 미국은 대입에서 매우 중요한 내신의 대다수가 논술형 평가와 수행 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업 자체는 유럽 학교들과 비슷하게 집어넣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국적이 없는 IB
IB는 국적이 없습니다. 어느 한 국가의 교육 과정이나 대입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위스에 법적 본부를 두고 네덜란드에 실무 본부를 두며 영국에 채점 센터를 두고 전 세계에 지역별 본부를 둔, 비영기 민간 교육 재단에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교육 과정 및 대입 시험입니다.
IB의 고등학교 프로그램인 디플로마 프로그램은 1968년부터 개발. 운영되어 왔는데 교육적 우수성과 채점의 엄정성이 널리 알려져서 전 세계 주요 대학들은 대입 시험으로 오랫동안 인정해 왔습니다
45점 만점으로 구성된 IB 대입 시험은 고급 수준 3과목, 표준 수준 3과목에 더하여 소논문, 지식론, 창의. 체험. 봉사 활동을 필수 요소로 이수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급 수준 과목들은 미국 대학 진학 시 AP처럼 학점으로 인정해 줍니다.
전 과목이 논술형 시험으로 수행 평가가 포함되며, 아비투어처럼 총점에 내신 점수가 포함(과목별로 비율은 다름)되어 있습니다. 내신과 외부 시험 모두 절대 평가이고요.
다른 대입 시험들은 국가 차원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대입에 시험 점수 외에 무엇을 얼마나 반영할지 국가별로 패턴이 있습니다. 하지만 IB는 특정 국가의 교육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점수가 어떻게 대입에 반영되는지는 국가별, 대학별로 상이합니다.
예컨대 대입에서 에이레벨 점수만 심사하는 영국 대학의 경우, IB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도 하지만, 내신과 각종 비교과 활동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의 경우는 IB 점수와 함께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을 추가로 제출해야 합니다.
다만 IB에는 에이레벨과 달리 소논문이나 창의. 체험. 봉사 활동 같은 비교과 활동이 교육 과정에 필수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학생이 비교과 활동을 학교 밖에서 별도로 준비할 필요 없이 학교에서 한 것들을 그대로 제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상 세계 교육 속에서 바라본 IB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 및 평가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세계 각국의 교육과정만 봐도 우리나라의 수능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으로'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4C 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mmunication, Collaboration 이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및 평가 방법을 깊게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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